메뚜기와 돼지 굽기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이 명 주  

한 해가 지나갔다

눈물의 기억 속

회한의 한숨 속

숨이 멎을 듯 딱딱하게 흐르는 대기

봄 여름 가을 겨울

메뚜기가 한 철을 휩쓸고

지난 자리에 남는 빈터

민중은 이념을 먹고 살았다

수세기를 흘러

스모그와 미세먼지 변종 바이러스와

콜레스테롤로 방부 처리된 대기 질 속에서

떨어진 이삭과 쭉정이로 남은

민중의 지팡이 , 이념

이념의 해묵은 제물이 되어 버린 민중

파괴된 우상 더미에 짓눌린

도심의 한복판에서

산소마스크를 쓴 붓다가

외계인을 초청했다

사상 없는 곤충들

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돼지

두 부류가 잠식한 거리

대청소의 시간이다